[스크랩] 김진혁 PD의 글
방송금지된 EBS 지식채널e의 영상 - 김진혁 PD 作

안녕하신지요? 지식채널e 담당pd 김진혁입니다.

오늘 저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을 겪었습니다.

지식채널e 금주 방송분 중 한편인 ‘17년 후’를 오늘부터 지상파와 플러스에서 모두 내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7년 후’는 현재 가장 예민한 이슈인 ‘광우병’을 다룬 내용입니다.

예민한 내용인 만큼 현재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는 협정 관련 내용을 직접 다루지 않고, 과거 영국에서 일어났던 광우병 관련 일들을 fact만 나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처럼 조심스럽게 접근을 한 이유는 EBS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 여건과,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이 pd 수첩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충분한 자기검열을 통해 제작을 했다는 말이죠.

그래서 메시지도 굉장히 건전(?)합니다. 영국의 잘못을 거울 삼아 안전하다고 장담 말고 미리미리 대비를 잘 하자...정도입니다. 이 정도 수위는 보수언론에서도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얘기하는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비판인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광우병’ 관련 아이템이란 이유로 월요일과 화요일 방송이 된 내용을 수요일부터 방송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엔 감사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재 청와대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는 감사원 직원분이 광우병을 다룬 지식채널e 두 편에 대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며 감사팀으로 전화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저는 감사 쪽에서 프로그램의 ‘내용’을 궁금해 하는 것이 의아해서 팀장님을 통해 어떤 이유에서 그러는 건지 여쭤봐 달라고 했고, 그냥 요즘 광우병 관련 내용이 민감하니까 개인적으로 궁금해 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고 별 생각 없이 프로그램 콘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팀장님을 통해서 오늘부터 ‘17년 후’를 내리라는 본부장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더욱 의아했습니다. ‘17년 후’는 이미 이틀이나 방송이 됐고, 인터넷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이 퍼진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지식채널e는 다들 아시다 시피 방송보다는 인터넷으로 많이 시청하고, 개인 블로그에 퍼가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팀장님과 함께 본부장님을 찾아뵙고 방송 내용이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지 여쭤 봤습니다. 본부장님께서는 내용은 문제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 이런 결정을 어느 분께서 하셨는지 여쭤 봤습니다.

그래서 다시 부사장님을 찾아뵈었습니다. 부사장님께서는 EBS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방송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 부사장님께서 결정하신거냐고 여쭤봤습니다. 부사장님께서는 본인이 결정하신 것이 아니라 EBS ‘경영진’이 결정한 거라고 하시더군요.

이미 이틀이나 방송이 됐고, 인터넷에 엄청나게 퍼져나간 내용을 한참이 지나서야 내리는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또한 부사장님께서도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시니, 그렇다면 결국 내용의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이 그저 현 정권에 비판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란 이유로 방송을 하지 말라는 얘기로 밖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ebs가 가지고 있는 채널파워가 부족하여 경영진이 그러한 부분에 고민을 할 수 있는 것 그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제가 경영진이었다고 해도 당연히 고민을 했겠죠.

그래서 정권에게 보일 어떠한 ‘명분’이 필요하다면, 학생들이 주로 보는 플러스에서만 내리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거절하시더군요.

그래서 다시 여쭤 봤습니다. 지식채널e 방송이 갑자기 누락되면 분명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문의를 해 올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결국 ‘외압’을 받았다는 ‘오해’를 하게 될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지실 수 있는지 말이죠. 어차피 나간 방송이니 그냥 며칠 지나가면 될 것을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부사장님께서는 책임을 지시겠다고 하시더군요. 동시에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한 저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교육방송이란 ‘교육’적인 내용만을 하는 것이 옳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교육’ 적인 내용이란 것이 무엇인가요?

광우병을 다루는 것이 ‘비 교육’적인 것인가요?

만약 그것이 ‘비 교육’적이라면 내용의 어떤 부분이 ‘비 교육’적인지 말씀을 해 주셔야 하는데 그저 ebs가 학생들이 많이 보는 방송이니 사회 현안에 대해서 다루는 것은 ‘비 교육적이다‘ 라고 하시면

EBS의 ‘교육’은 그저 ‘입시’라는 말이고, 입시 관련 내용이나 열심히 하라는 말로 밖에는 이해할 수가 없지 않나요?

그렇다면 저는 교육방송을 ‘입시’방송이라고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건가요?

또한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모든 언론 매체가 ‘광우병’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는 현실에서 ebs에서는 거기에 대한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는 것이 정말 ebs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좋은 일일까요?

현 정권에 대해서 비판적일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은 프로그램으로 다루지 않는다면, 정말 현 정권 혹은 차후 그 어떤 정권이 ebs 전체 조직원에게 어떤 ‘수혜’를 주긴 하는 걸까요?

거기에 대해서 어떤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정치적인 보장이라도 되어 있는건가요?

아니면 그냥 조직원 중 소수의 막연한 기대일 뿐인 건가요?

저는 일개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EBS의 수많은 조직원 중 한사람에 불과합니다.

또한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이 EBS 전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지식채널e로 EBS 전체가 어떤 불이익을 받게 할 어떠한 권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세상 모두가 광우병 얘기를 할 때, 아니 그 얘기가 어떤 얘기든 많은 사람들이 그 얘기를 할 때, 그것을 전혀 다루지 않게 되면 ‘방송국’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게 되고

정권과의 친밀도 이전에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며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받은 방송은 그 어떤 정권도, 그 어떤 권력도 지켜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당장은 연명해 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방송이란 것이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이 그 존재를 인정해 줄 때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서서히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기울어 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후배님 여러분께 여쭤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방송을 내리는 것이 정말 EBS를 위한 길일까요?

이렇게 하면 EBS에 좋은 일들만 일어나게 될까요?

이렇게 하면 EBS는 안 좋은 일들을 피해갈 수 있는 걸까요?

이렇게 하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바랐던 걸까요?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우리를 위한 것일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EBS
by 블루치즈 | 2008/05/20 02:58 | 건강 | 트랙백(1) | 핑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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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30대의 시작 at 2008/05/21 16:10

제목 : 멍청한 짓거리는 다하는듯...
[스크랩] 김진혁 PD의 글정말 4년뒤가 두려워진다.....more

Linked at 사과셈틀과 사진이야기 : 復古 at 2008/05/20 16:17

... 윤리위나 여타 정부나 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EBS 경영진들의 자체판단에 따른 것이라 한다. 내용을 보면 지식채널e를 맡고있는 김진혁PD의 글처럼 단순히 영국의 역사적 사실만을 담고 있다. 어디에도 지금 우리나라 현실이나 미국의 상황 혹은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이 없는데도 ... more

Commented by 해달 at 2008/05/20 19:44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만 다룬다고 해서 그것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만 가지고 이야기를 구성해도 그것이 코믹 영화가 될수도 공포영화가 될수도 있다. 그리고 저 영상은 미안하지만 공포영화다. 정치적 색을 말한다 아니다가 아니라 어디에 이용될수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라는 것 그리고 EBS라는 공공방송의 입장에서 위험한 다리일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알아서 기는게 아니라 경영진에서 당연할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Commented by 나아가는자 at 2008/05/20 20:05
좀 더 당연한 결정은 공영방송인 만큼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서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아닐까요. 현실논리로만 빠져서 부정과 불의를 용납하게 되면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의미없이 사는 짐승들의 세계만 있을 뿐이죠.
Commented by 레드진생 at 2008/05/20 20:25
즉 "광우병이란 병은 위험한 병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조차 공영방송에서는 해서는 안되는 것이군요.
지식채널e의 내용 중 그 이상 어떠한 내용이 있는지 혹시 제가 못 본 부분이 있다면 누구든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Leonardo at 2008/05/20 21:36
힘약한 EBS인데다가 뭐 공영방송이다보니...
대충 걍 비슷해보이면 다 짜르는거죠.
Commented by 해달 at 2008/05/20 21:41
ebs라는 방송의 특수성에 대해서 생각하자는 거죠. ebs가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한쪽 방향으로 이야기 한다면 저는 오히려 실망할거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중에서 특정부분 만을 노골적으로 응원하는듯이 보이는 저 방송이 지금 방송하는것이 옳은가에 대한 생각이죠.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병에 대해서 보여주면 됩니다. 방송에서는 영국의 정치적인 사안을 위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생각은 광우병이란 병은 위험하다가 아니라 영국은 광우병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정도로 보입니다.
저방송에 중립성을 요구해서 영국 농림부 장관은 그럼에도 광우병이 안전하다고 말하면서 아직도 쇠고기를 먹는다는것등은 왜 이야기 하지 않는냐라던가 과거 사례일 뿐 현재 점점 줄어 들고 있다는 사실과 통제 가능성이 보이고 있음은 전혀 시사하지 않는다라던가 이야기 할수 있습니다만.....(이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는 끝이 없으니 생략하도록 하죠.) 저런 다큐에 그런 것을 넣는것은 무의미 하죠. 그러니 민감한 시기에 방송하는 것은 최소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조금 어렵더라도 과학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보여주는 방송이라면 그 주제가 어느 방향이던지 환영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것은 그런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위있는 방송에서 보여줘야 할 모습은 말이죠.
Commented by Polycle at 2008/05/21 12:13
황우석 사태와 차이점은
주와 부의 차이죠.

황우석 사태의 주는 과학자들이 주고 국민은 부쪽이죠.
그러나 광우병에서는 국민이 주고 과학이 부가 되는 것이죠.

즉 황우석 사태는 과학자의 논문조작은 과학자들이 검증했어야 하는 문제에 비뚫어진 애국심의 국민들이 지나친 개입을 하려는 것이 문제였고,
광우병은 근본적으로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선택권에 낮은 확률이라고 안심시키려는 정부의 그리고 그에 호응하는 과학자들이 간섭이 문제가 되겠죠.

논문에 대한 검증은 국민들이 아무리 떠들어 봐도 같은 과학자들이 주체가 되어서 진위 여부를 가려야 하는 것이구, 광우병에 대한 문제는 과학자들이 100%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하는 결국은 그 선택권은 국민들에게 있는 것입니다.
Commented by 겨리 at 2008/05/21 15:43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501

뭐 일단 수습은 된 모양입니다만... 정말로 알아서 기어대는군요..
Commented by 길잃은고래씨 at 2008/05/23 00:15
객관적이라고 한다면 과연 누가 어느만큼 객관적이라고 인정해야 할까요.
팩트로 자신의 주장을 하는 것마저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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